시야는 5미터. 그 앞은 안개다. 그래서 오히려 다른 것들이 선명해진다. 신발 밑창에 닿는 흙의 질감. 폐 깊숙이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 그리고 내 호흡.
아직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은 시간에, 누군가는 이미 달리고 있다. 신호도 없고, 관중도 없고, 기록도 없다. 그냥 달린다. 그 이유를 말로 설명하려다 결국 포기한 사람들이 여기 모였다.
PESSAGE는 그 포기한 자리에서 시작한다.
달리기는 결승선에서 끝나지 않는다. 코스가 끝나면 우리는 다시 걷고, 먹고, 씻고, 눕는다. 그 모든 것이 하나의 호흡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달렸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쓰는 글은 그 전체를 따라간다. 어떤 신발이 좋은지보다, 그 신발을 신고 처음 젖은 아스팔트를 밟았을 때의 느낌. 어떤 대회가 있는지보다, 그 코스의 새벽 공기가 폐 어디쯤에서 차가워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