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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로 식히는 트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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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숨은벽 — 폭포를 지나 능선으로.

물로 식히는 트레일

밤골은 물소리로 시작한다. 오르는 동안 그 소리는 뒤에 남고, 몸은 마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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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 55분. 들머리는 아직 밤이다. 숲은 소리보다 먼저 습기로 온다. 발밑은 축축하고, 위는 시원한 바람에 마르기 시작한다.

초반에 폭포가 하나 있다. 오르기 전의 물이다. 찬 공기가 소 위에 고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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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는 사이 해가 뜬다. 숨은벽에 닿기 전에 이미 낮이다. 전날 뜨겁게 달궈진 화강암은 식어은 채 달아오를 준비를 하고. 능선은 하얗게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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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달리기는 오르기가 된다. 바위를 손으로 짚는 구간. 숨은 벽은 달리는 산이 아니라 보는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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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 위에서 도시가 보인다. 아직 깨지 않은 회백색 격자. 페이스는 멈추고, 달리는 사람은 무엇을 보는가 — 이 질문은 능선 위에서만 대답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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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벽을 지나면 길이 다시 내려간다. 한참을 내려와 곳 올라갈 오르막 시작에 작은 약수가 하나 있다. 여기까지 마른 몸이 처음 물을 만난다. 한 모금.

그 다음이 깔딱고개다. 경사가 이름이 된 구간. 물을 삼키고 다시 오른다. 산이 물을 두는 자리는 정상이 아니라 오르는 길 위다.

846미터. 도시의 소음이 발밑으로 가라앉는 고도. 정상은 지나가는 한 점이다. 몸은 이미 다시 말랐고, 식힐 물은 아래에 두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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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틈의 야생화. 아무도 심지 않았고 아무도 세지 않는다. 오른 사람만 지나며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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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2026.07

북한산 숨은벽 — 폭포를 지나 능선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