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숲 웨스트 루프
Distance
5.5km
Elevation
91m
Difficulty
EASY

서울숲에 들어서면 먼저 냄새가 바뀐다.
성수동의 아스팔트 냄새가 사라지고, 흙과 낙엽이 섞인 냄새가 코를 채운다. 이른 아침이면 더 강하다. 풀이 이슬을 머금은 채 아직 증발하지 않았을 때, 숲은 전날 밤의 냄새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수목이 양쪽으로 프레임을 만들고, 발아래는 목재와 흙이 번갈아 감촉을 바꾼다. 잔디 광장 옆을 지날 때 시야가 열리고, 다시 숲속으로 들어서면 빛이 나뭇가지 사이로 각을 만들며 떨어진다. 서울숲은 한 방향으로 읽히지 않는다. 달리는 사람에게 조금씩 다른 면을 보여준다.

서울숲의 모습을 담으며 남서쪽으로 향하면 공원의 결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수목이 높아지고 소리가 멀어진다. 이 루트의 첫 번째 전환점 . 성수대교 교각 하부다. 콘크리트 기둥 사이로 빛이 줄무늬처럼 내려오고, 발소리가 울린다. 10초 남짓의 구간이지만 공간감이 완전히 달라진다.


교각을 빠져나오면 사슴방사장이다.
철망 너머로 사슴 서너 마리. 이 루트에서 가장 비서울적인 장면이 여기서 나온다. 달리다 멈추게 되는 유일한 지점이기도 하다.

사슴방사장을 돌아 계속 달리면 강변북로 위를 지나는 보행교가 나온다.
다리 위에 올라서면 바람이 세진다. 아래로 차 소리가 올라오고, 발 밑으로 차선이 보인다. 짧은 구간이지만 고도감이 있다. 도시의 속도와 달리는 속도가 한 공간에 겹친다.


다리를 내려서면 강이 보인다.
자전거도로가 수면과 나란히 깔리고, 겨울 수변 특유의 바람이 정면으로 온다. 마른 갈대, 낮은 햇빛, 긴 그림자. 놀빛광장까지는 여기서 조금 더 달린다.

눈높이가 아니라 아래쪽으로. 자전거도로가 수면과 나란히 놓여 있고, 한 사람이 페달을 밟으며 프레임을 가로지른다. 빠르지 않다. 강변에서의 속도는 다 비슷해진다.
겨울이 아직 덜 걷힌 강이다. 갈대는 마르고 누렇고, 나뭇가지는 잎 없이 수면 위로 뻗어 있다. 그런데 물은 파랗다.
그림자가 도로 위에 길게 눕는다.
사람 그림자, 자전거 그림자, 난간 그림자. 겨울 햇빛은 각도가 낮아서 그림자가 실물보다 길다. 달리는 사람은 자기 그림자를 앞서거나 뒤따른다.

놀빛광장이 반환점이다.
중랑천과 한강이 합류하는 지점. 붉은 캔틸레버 전망대에서 한강과 롯데타워가 한 프레임에 들어온다. 바람이 가장 세게 느껴지는 자리이기도 하다. 여기서 돌아선다.

돌아오는 길은 교각을 지나 좀 전 거치지 않은 반대의 방향으로 돌아본다.
빛의 각도가 달라져 있고, 아까 지나쳤던 것들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사슴방사장, 교각 하부, 데크 직선로. 방향이 바뀌면 다르게 읽힌다.

서울숲으로 돌아 사이에 있는 작은 문으로 나가면 Milestone Coffee가 근처에 있다.
검정 파사드, 문 옆 수직 사인보드. 원두 라인업이 간결하고 자리가 많지 않다. 달리고 난 뒤 앉기 좋은 온도의 카페다.
Key Spots
서울숲 사슴방사장
서울 성동구 뚝섬로 273 서울숲 내

도심 속 사슴 방사장. 철망 너머 사슴들은 달리는 사람을 무덤덤하게 바라본다. 이 루트에서 가장 비서울적인 장면이 여기서 나온다. 이른 아침, 사람이 없을 때 더 길게 멈추게 된다.
중랑 놀빛광장 전망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중랑천·한강 합류 지점

붉은 캔틸레버 구조물 위로 새 떼가 앉고 일어선다. 중랑천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의 전망대. 롯데타워가 한강 너머로 들어오는 이 뷰는 루트의 클라이맥스다. 바람이 셀 때 더 좋다.
마일스톤 커피 성수
서울특별시 성동구 서울숲4길 15

루트 전후로 들르기 좋은 서울숲 옆 카페. 달리기 전 몸을 깨우거나, 카페 이름보다 창밖 풍경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